요리대회 상받은 당호루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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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대회 상받은 당호루 수프

 

작가님 : https://gallog.dcinside.com/nitro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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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히어로...가 아니라 요리대회 나가는 사람입니다"

 

요즘 집에서 요리하는 게 워낙 유행이다보니 이제 이 정도 자기소개는 되어야 좀 흥미가 끌릴 듯 합니다.

 

이번에 나간 요리대회는 양봉요리대회. 벌꿀, 프로폴리스, 화분(꽃가루), 심지어 벌 애벌레까지 양봉산업 산물을 이용해서 만드는 요리대회입니다.

 

제가 개발한 요리는 당호루 수프. 탕후루가 아니라 당근, 호박, 루바브를 넣어서 당호루 수프입니다.

 

호박은 오븐에 구워서 전처리를 한 다음 손질하고, 그 중 절반을 당근, 양파, 루바브를 썰어서 함께 볶습니다.

 

루바브는 우리나라에는 익숙치 않은 재료인데, 색깔만 붉은색이지 잘라놓은 줄기 모양은 샐러리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굉장히 강렬한 신맛이 특징인데, 달콤한 것과 함께 섞으면 새콤달콤이 완성됩니다.

 

보통은 설탕으로 콩포트나 잼을 만들어서 고오급 디저트에 쓰곤 하는데, 이번에는 꿀과 함께 수프 재료로 사용합니다.

 

어지간히 볶아지면 버터를 살짝 넣어서 조금 더 볶다가 화이트와인을 붓고 디글레이즈합니다.

 

그 다음엔 채소 육수를 붓고 부드럽게 익을 때까지 끓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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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와 식용유를 블랜더에 갈아서 아보카도 오일을 만들고, 여기에 세이지라는 허브를 으깨넣어서  냉침으로 우려냅니다.

 

아무래도 수프에 녹색이 부족한 거 같아서 허브의 향도 더하고 푸릇한 색깔도 더하는 세이지 오일을 피니쉬로 뿌려줄 생각이거든요.

 

세이지 이파리를 기름에 튀겨 장식해도 좋은데, 아무래도 한 시간짜리 요리대회에서 이것까지 하기엔 살짝 무리가 있을 거 같아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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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대회 때마다 엄청 잘 써먹는 배 꿀절임, 밀전리.

 

제 마음 속 조선 실학자 1위는 정약용이 아니라 풍석 서유구 선생님입니다.

 

하도 자주 만들어서 이제는 굳이 계량 안해도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네요.

 

뭐, 꿀과 물과 후추와 생강과 얇게 썬 배를 졸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레시피라서 외우기 쉽다는 것도 이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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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전리 외에도 얇게 썬 당근을 버터, 레몬즙, 꿀에 볶아서 글레이즈드 캐럿도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꽃 모양으로 찍어내면 가니쉬 완성.

 

수프는 아무래도 씹는 맛이 덜하다보니 이렇게 살짝 씹어먹는 재미가 있는 가니쉬를 곁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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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에 넣고 남은 단호박 절반은 푸드밀에 돌려서 꿀과 사과주스를 섞고 팬에 볶아서 단호박 퓨레를 만듭니다.

 

크림치즈와 그릭요거트와 소금을 섞어 치즈 무스도 만들어줍니다. 이걸로 새콤달콤 뿐 아니라 단짠 역시 완성되는 거지요.

 

파이핑백에 넣고 모양을 내서 짜줍니다.

 

세이지 오일을 뿌리고, 가니쉬를 얹고 마지막으로 화분도 살짝 뿌려줍니다.

 

꽃가루는 보통 건강식품으로 많이들 먹는 것 같은데 은근한 단맛에 고소한 맛이 나는게 다식 먹는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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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인 수프 재료는 블랜더에 넣고 곱게 갈아서 체에 한번 걸러줍니다.

 

이걸 다시 끓이면서 꿀, 소금, 후추, 버터, 레몬즙으로 마지막 간을 맞춰줍니다.

 

그리고 플레이팅된 재료 위에 부어주면 끝.

 

수프가 예쁜 재료들을 덮어버리기 때문에 손님 앞에서 직접 부어주는 테이블사이드 서비스 형태로 설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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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망의 요리대회 당일. 작년까지는 서울에서 대회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대전에서 대회를 하는지라 아침부터 눈보라를 헤치고 운전해가며 겨우 도착했네요.

 

오래간만에 보는 프로페셔널한 주방입니다. 대학교 조리실습실을 빌려서 사용하는거라 옛날 추억도 떠오르고 좋네요.

 

상당수의 요리대회는 지역 축제의 일환으로 열리기 때문에 야외에 마련된 조리대에서 치뤄야 할 때도 많습니다.

 

바람도 불고, 전기도 잘 안들어오고, 화력도 약한 가스레인지로 고생할 때에 비하면 요리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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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이름은 밀당의 고수. 연애의 고수가 아니라 한자로 꿀 밀蜜에 당근을 합쳐서 밀당입니다. 꿀당근의 고수라 이 말씀.

 

심사위원 일곱 명이 수프 한그릇을 번갈아가며 떠먹을 수는 없으니 조그만 그릇을 가져가서 한 입 분량으로 칠인분을 만들고 플레이팅용 한 접시를 따로 만들어서 제출했습니다.

 

근데 심사가 길어지면서 수프가 식어버렸네요. 흑흑

 

원래 이 수프의 매력은 차가운 치즈 무스와 뜨거운 수프를 동시에 먹으며 아포가토 비슷한 느낌으로 온도 차이를 맛보는 게 특징이었는데 아쉽게 됐습니다.

 

진행하는 걸 보아하니 수프는 그냥 기다렸다가 심사위원들 오면 바로 소스건으로 쏴서 줘도 됐을 뻔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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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도 상은 탔습니다. ㅎㅎ

 

앞서 말했듯이 수프가 식은데다가, 아무래도 고기나 디저트 요리에 비하면 풍성한 맛이 부족해서 상을 탈 수 있을까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네요.

 

재밌는건 양봉요리 대회라서 그런지 돈이 아니라 꿀로 줍니다 ㅋㅋㅋ

 

대회 공고에 "양봉부산물"을 상으로 준다고 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꿀 마스크팩이나 꿀비누 뭐 이런 거 주는 건가' 싶었던 입장에서는 꿀을 준다니 훨씬 더 이득입니다. 가격으로 치면 거의 40~50만원어치는 될 듯.

 

무엇보다도 요리대회 참가하는 것 자체가 재밌습니다. 아이디어 짜내서 새로운 요리 레시피를 개발하고, 테스트용으로 만들어서 보완을 하고, 이렇게 준비한 것을 한 시간짜리 대회에서 쏟아붓는 것 자체가 아드레날린이랑 도파민이 뿜뿜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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