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젊은이들이 제조업 기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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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젊은이들이 제조업 기피하는 이유


제조업은 산업혁명이 시작한 이래 가장 정석적인 국가가 자본을 축적하고 대량의 중산층을 확보하는 산업 코스였음.
그러다 일정 수준의 소득으로 올라가 인건비 문제부터 점차 소비경제로 전환해야되면 서비스 산업으로 갈아타는게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전환하는 전형적 테크트리여왔는데...

요즘 이 제조업을 단순 소득이 높은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들의 젊은층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 이유는 크게 세가지. 노동강도, 세계화, 정보접근성
1. 노동강도

[ 스파 의류의 메카 방글라데시 의류업 최저임금: 16만원 ]
제조업은 ' 개도국 기준으로 ( 이거 잊지말길 바람 ) ' 적당한 양질의 임금을 대량으로 제공하는 산업임.
한국 돈으로 경공업의 경우 약 10-30만원에 중공업은 월 60 ~ 150 만원 사이.

[ 하루 일당 2800원 수준인 미얀마 농부들 ]
그래서 월 10만원도 벌기 힘든 소작농이 다수인 극빈국에선 진입장벽이 낮은 경공업에 저가 인력을 대량 제공함.
석탄, 의류, 철도가 대표적으로 영국이 주도한 1차 산업혁명의 주력산업으로 영국은 1900년대초까지 수출의 30% 가 의류를 수출하는 방직업이었음.

여기서 축적한 자본을 통해 공장 설비등의 대규모 자본재가 투입되어야하는 산업인 철강 (Steel), 석유 화학, 조선, 기계, 자동차등이 대표적.
주로 2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산업들로 벤츠의 내연기관과 포드의 대량생산 및 록펠러의 석유 표준화와 카네기의 철강 산업등으로 미국과 독일이 주도.

[ 1200-2010년 영국의 임금과 노동시간 변화 ]
그런데, 이런 제조업들은 산업혁명기 폭증했던 노동시간 대비 열악했던 노동환경과 심각한 노동강도가 존재.
그럼에도 옛날의 선진국 세대가 했던것은 당시 평균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그렇기에 저 산업에서 얻을수 있는 임금으로 그 당시 사회에서 누릴수 있던게 많았기 때문임.

[ 1940-50년대 미국 중산층의 전형적인 모습 ]
자동차나 철강 노동자로만 일해도 부자는 못되더라도 적당한 중상위 계층까지 올라가 번듯한 집도 소유하고 혼자서 4인 가정을 먹여살릴수 있을 정도가 되었음.

그리고 한번 배운 기술과 노하우만 있다면 새로운 기술을 크게 따로 배울 필요도 없고, 고학력이 아니라도 정년까지 밥벌이를 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음.
그런데 현재 개도국들의 젊은이들은 자국에서 제조업을 하더라도 더 이상 이런 효용을 누리기 점점 힘들어짐. 바로 개도국에게 한 때는 발전의 사다리처럼 보이던 세계화 때문에.
2. 세계화

[ 개도국 GDP가 선진국 GDP를 역전 ]
세계화는 분명 선진국에서 이미 여러 규제와 인건비등 치솟아 오르는 비용에 의해 점차 비효율적으로 변해가던 제조업을 개도국으로 이전해주고 실제로 개도국 비중이 이제 선진국을 추월하는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줌.
문제는, 개도국들이란 그룹이나 또는 그 투자를 받는 국가의 입장에선 좋겠지만 그걸 위해 일을 해야하는 개도국 젊은층에게선 갸우뚱해짐.

[ 식사 하나 안하고, 옷 한번 안입고, 공과금을 전혀 안내고 월급을 32년 넘게 모아야 집을 살까 말까 한 베트남의 주택 가격 ]
왜냐면 더 이상 제조업으로 그렇게 가족을 혼자서 부양할만한 수준의 임금도 안되거니와, 커리어 상승의 기회도 그다지 보이지 않기 때문임.
더 깊이 들어가기전에 세계화를 간단히 정의할 필요가 있는데 세계화에 대해 자세히 논하면 논문 수백편도 모자라지만 이건 그냥 인터넷 정보글이니 아주 핵심만 얘기함.

세계화의 핵심은 국경을 넘은 물류 및 서비스와 인적자본이 이동하는것을 경제적 효율에 맞춰 최대한 자유롭게 만든다는거임. 수많은 자유무역협정 같은게 세계화의 상징이고.
이건 극한의 분업화를 가져오면서 세계 전체 부의 급증을 가져옴. 즉 인류 전체로 보면 좋은 일임. 하지만 이렇게 되면 문제가 2가지 생김.

일단 한 분야에서의 1등이 그 분야를 사실상 다 해먹는 승자독식도 가능해진다는것.
간단하게 소비자 입장에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 품질등을 비교해보고 선택시 미국의 유튜브 대신 동남아나 중남미 플랫폼 A를 사용할 사람은 적을거임.

[ 19-20세기 미국, 영국, 프랑스 관세율 ]
왜냐면 자본, 기술, 규모의 경제 격차로 인해 품질도 딸리는데 지불해야할 비용도 높을테니까.
그래서 옛날엔 지금 중국이 그렇듯, 온갖 관세나 무역장벽으로 외산을 이용 못하게 만들어서 자국산을 사실상 강요함.

[ 1920년대 세계 94% 의 자동차를 생산하던 미국 자동차 산업은 10% 대로 감소 ]
그러나 이제 그렇게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고, 미국조차 그렇게 했다가 얻은 교훈은 오히려 기술적으로 더 퇴보하고 도태된다는거임.
1970년대 일본 자동차에게 관세를 매기며 일본산 불매운동 까지 불었지만 다시는 세계적으로는 물론 미국 자국내에서조차 이전과 같은 산업 경쟁력으로 못 돌아간 미국 제조업이 그러함.

[ GDP 대비 제조업 비중: 중국 27.7%, 한국 25.6%, 일본 19.2%, 독일 18.4%, 미국 11.1%, 프랑스 9.5%, 영국 8.4%]
그리고 여기서 2번째 문제가 생김.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중 하나가 기술도 기술이지만 생산효율 대비 높은 미국 인건비였고 그게 탈 제조업으로 이어진거임.
문제는 이게 비단 선진국에만 적용되는 사실이 아니란거임. 무슨 말이냐 하면... 개도국도 다 같은 개도국이 아니라 ' 등급 ' 이란게 있음.

[ 중국, 필리핀, 콩고 1인당 gdp 격차 ]
선진국 입장에서야 다 가난한 국가 아니냐? 하지만 콩고, 필리핀, 아프가니스탄이랑 중국도 다 같은 개도국이라고 부름.
하지만 중국과 콩고나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필리핀과도 경제적 격차는 매우 큼.

즉 중국조차도 싸구려 스파(SPA) 의류나 단순 봉제인형 정도는 동남아나 아프리카로 외주를 조금은 주는게 그런 이유임.
아무리보조금을 받고 더 가난한 내륙지역으로 옮겨도 판매가가 몇천원도 안하는 그런 상품은 수익성이 나아질 가능성 자체가 없거든.

헌데 거기서 일하는 중졸 노동자 장첸씨가 의류 공장에서 장기적으로 정년까지 일하고 또는 자기 직급 및 임금이 상승할수 있을까?
최근 석사 박사도 쏟아져 나와서 음식 배달해야하는 현실에? 아니다 이거임.

[ 나이에 따른 러닝 커브 ]
그리고 나이 40-50 먹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직업학교를 재수강해라?불가능은 아니겠지만 젊을때 비해 학습 속도든 체력이든 쉽지는 않을거임.
그런데 고작 자기 주변 지인이나 사는 거주지 반경을 넘어 국가 그리고 세계 단위로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수 있게 되면 더더욱 확신하겠지. 이 길은 아니라고.
3. 정보 접근성

최근 조선업을 한국에서 기피하는 이유가 뭐임? 옛날만큼 월급이 못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림.
옛날엔 잘 받았다고 하는데 사실 조선업이 받는 월급 자체는 크게 변동하지 않았음.

[ 한국 최저임금 변화 ]
첫문단에서 얘기한게 뭐임? ' 개도국 기준으로 잘받는다는것 ' 즉 변한건 조선업이란 산업이 아니라 한국이 더 잘살게 되었다는거임.
조선업의 임금이나 노동환경은 20년전이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긴데 한국의 평균임금이나 노동환경이 급격하게 올라갔단거임.

그래서 한국은행에서 조선업등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라 한거고.
사람은 비교의 동물이고 상대성에 의존함. 그렇기에 오히려 다 같이 가난해 배를 굶주리던 시절보다 배는 곯지 않아도 남이 더 잘살아 배가 아픈게 정신적 고통이 더 심하다 할 정도로.

물론 평균 임금이 오른다는건 서비스 비용이나 생산단가도 오른다는거니 실질 소득 감소도 있음.
하지만 근본적 문제는 다른 산업 임금은 오르는데, 인건비 싸움인 전통 제조업의 임금이 정체되면서 계속 상대적으로 사회의 밑바닥으로 간다는거지.

[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에 따른 우울증 증가 ]
그리고 옛날에라면 기껏해야 입소문이나 친척 친구 교류로 퍼졌을 정보가 요즘은 그냥 영상과 인스타등으로 삽시간에 퍼짐. 심지어 하루조차도 안 걸릴 정도로. 인류 문명단위에선 좋은일임.
하지만 동시에 개개인은 옛날 같으면 가끔씩 오는 소식으로 들으며 비교 평가를 했던걸 이젠 매 시간 매분 매초 단위로 비교질이 가능해졌다는거임. 그것도 세계 전체와.

[ 2001년도 KDI 보고서 ]
사실 한국 조선업이나 전통 제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 얘기는 제조업이 잘나가던 2000년대초에도 전문가들은 지적하던 사안임.
미래를 대비해 바꿔야 한다고. 하지만 그 때는 잘나가니까 모두가 덮어두었으나 2010년대 후반부터 본격 문제화 되기 시작.

그리고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등 각종 SNS를 통해 올라간 한국 최저 임금 대비 아직도 수십년전 그대로 유지되는 실상이 까발려지며 젊은층에겐 더더욱 기피 직종이 되버림.

[ 한국 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 노동자가 자국 커뮤니티에 월급 인증 ]
즉 이런게 세계 단위로 일어나고 있는거임. 간단하게 동남아나 중앙아 외노자들이 자기 임금 올리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어떤 직장이 꿀이다 라는것도 지금 니가 이글을 보는 순간조차도 공유되고 있음.
당연히 선진국의 월급 수준뿐 아니라 어떤 인프라를 향유하고, 문화생활을 누리며, 더 번듯한 생활을 하는지 낱낱이 알려지고 있음.

[ 스마트폰 보급후 부탄의 행복도 급락 ]
헌데, 넌 인도의 전기나 수도도 종종 끊기는 작은 마을에 거주하는 싱 씨라고 가정하고 생일 선물로 저가 중국제 스마트폰을 받았음.
말 그대로 신세계였을거임. 자기가 사는 가난한 마을 대비 훨씬 화려한 현실이 스크린 속에서 튀어나오거든. 하지만동시에 절망감도 가져다 주는거임. 스마트폰을 끄고나고 둘러보면 더더욱 비교되고 초라한 현실이니까.
그런데 이렇게 이미 선진국에서 얼마나 높은 월급을 받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 특히 선진국 상류층들의 생활수준까지 보고난 인도의 청년이 주변도시의 공장일이나 하고 싶을까?

[ 미국 개발자 평균 연봉 1억 6000만원 vs 인도 개발자 평균 연봉 1120만원 ]
만약 머리가 뛰어나다면 선진국중에서 임금이 높은 미국의 개발자로 갈려할테고, 몸이라도 튼실하다면 한국 공장에 와서 2년만 일해도 자국에서 20년 일하는것보다 벌이가 좋음.

둘다 뛰어나지 않더라도 차라리 그렇게 잘사는 외국인 상대로 하는 제조업보다 노동강도도 적고 돈벌이도 더 나은 관광이나 요식업에 뛰어들겠지.
그래서 실제로 개도국 젊은이는 약간 프리터 마인드로 자국 공장에 가기보다 그냥 적당한 서비스업을 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음.

[ 중진국이 소득 상승을 더 하기 힘든 이유: 낮은 사회 계층 이동성 ]
특히 이런 국가들의 경우 한국과 달리 전쟁으로 리셋되지 않았고 식민지의 유산과 전통사회의 악습이 섞이면서 사실상 계층 상승도 이미 힘든 경우가 부지기수.

[ 중국이 덤핑 행위로 소득 낮은 개도국들의 산업을 파멸시키고 있다는 분석 ]
게다가 소위 중진국 산업이라는 중공업은 기술과 자본 좋은 선진국들도 혀를 내두르며 두손 두발 다드는 중국이란 괴물마저 있음.

[인도 시골 젊은이들은 그냥 자기 마을에서 소일거리 하며 살길 원함]
그렇기에 사실상 중국에서도 돈이 안된다고 판단하는 200년전 영국에서나 하던 저부가가치 제조업만 해야 되는 상황.
그리고 이런 국내외 정보가 자기 손 안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텍스트, 사진, 동영상으로 공유되고 있다면 젊은이들은 당연히 임금 수준도 낮고, 개도국 기준으론 나름 엘리트인 대졸로도 커리어 상승이 뻔한 제조업을 안한다는것.
3줄 요약:
1. 제조업은 선진국들이 자본을 축적하고 중산층을 양성하는 정석적인 테크였으나, 최근 개도국 젊은이들은 제조업을 기피하는데 첫번째 원인으로 과거 선진국과 달리 현재 개도국 제조업은 노동강도만 높고 양질의 임금과 커리어 기회를 보장받지 못함.
2. 게다가 세계화로 인해 세계 전체의 부는 증대 되었지만 극단의 분업화가 되어 1등이 승자독식 하는 구조인데다, 저부가가치 산업조차 경제적 효율에 따라 인건비가 상승하면 또다시 자국보다 못사는곳으로 아웃소싱이 이루어지기에 개인으로선 주택 구매도 힘들고 그 외 장기 계획 세우기도 힘듬.
3. 그런데 정보마저 인터넷과 SNS로 세계화 되면서 개도국 젊은이들도 선진국 사람들의 월급이나 상류층들의 생활수준을 생생하게 세계 단위로 비교가 가능해지니 자신의 현실을 지나칠정도로 객관화 가능해졌는데 그나마 중진국을 위한 중공업마저 중국이 덤핑으로 괴멸시키는중이니 다 포기하고 노동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관광업등 서비스업에 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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